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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질투인가 망상인가…의처증-의부증

건강의학

by sayori_angel 2021. 5. 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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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중 100쌍 중 5쌍이 발생 3~6개월간 지속되는 경우 '환자'
사랑과 질투의 분출인가 아니면 배우자 불륜에 대한 끊임없는 망상인가.

부부간의 가사로 여겨져 온 유부남증과 유부남증이 가정폭력과 맞물려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아내를 잃은 40대 가장이 부인과 동반 자살을 시도하거나 부인을 때려 숨지게 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설 연휴에도 처가 가족에게 엽총을 난사해 2명이 숨졌다. 위험 수위에 이른 아내·의부증의 증상과 치료법 등을 조사한다.

◆급증하는 아내와 가정폭력

지난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접수된 3000여건의 가정폭력 중 20~30%는 처·의부증에 의한 것이었다. 이 중 생명의 위협을 느껴 복지시설에 수용된 사람도 1998년 974명에서 2001년 3273명으로 크게 늘었다(여성부 조사).

김광일 한양대 의대 정신과 명예교수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 2003년 1월호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1년에 부부폭력이 발생하는 비율은 30.9%. 이 중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맞는 비율은 37.5%, 남편이 아내로부터 받는 비율은 23.2%였다. 전문가들은 TV 등의 영향으로 불륜이 미화되는 사회 분위기나 인터넷 채팅 등에서 의심의 씨앗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면서 아내·의부증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상담 부부 100쌍 중 5쌍 정도가 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륜 망상, 오델로증후군

아내·의부증은 망상 장애의 일종이다. 망상이란 논리적 설득이 전혀 통하지 않는 잘못된 믿음이 머릿속에 박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 중 의처증후군은 일종의 질투형 망상장애로 셰익스피어 작품 오델로의 주인공 증상과 유사하다고 해서 오델로 증후군 또는 결혼편집 증후군으로도 불린다. 일반적인 질투를 넘어 상습적으로 배우자의 가상 불륜 사실의 증거를 찾아 상대를 압박하거나 심한 의심과 폭력행동을 표출한다. 배우자에게 외출을 금지시키거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 조사하기도 한다.

용인정신병원 하지현 과장은 "장인 장인의 증세는 서서히 나타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배우자의 행동 하나를 의심해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아내·의부증은 남녀 모두 연령층에서 발생하는데, 35~55세 남성에게 특히 많다. 환자는 주로 고학력 상류층인 경우가 많다. 또 나름대로 논리가 정연하고 배우자의 비리에 대해 그럴듯한 증거를 갖고 있는 경향이 있다. 폭력 등으로 분풀이를 한 뒤에는 성행위를 요구하거나 선물 공세를 하는 등 애정 표현을 하는 것도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 이혼하면 증상이 사라지지만 재혼하면 대개 재발한다.

오동재 신경정신과 오원장은 "정상적인 사람은 일시적으로 배우자를 의심하는 것도 아니라는 증거를 들이대면 이를 받아들이지만, 아내·의부증 환자들은 이를 믿지 않고 오히려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며 "구체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배우자의 비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나 생각, 감정 등을 가진 상태가 3~1개월 이상 지속된다"고 말했다. 망상적 질투의 내용과 폭언·폭력 행동의 유무도 중요한 진단 기준이 된다.

◆치료 가능할까

일부 정신과 의사는 아내-의부증은 배우자와 이혼하거나 사망하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쓴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유는 환자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병원에 데려오기가 어렵고 데려와도 의심이 많아 치료에 소극적이거나 약물 투여를 거부하는 일이 많다.

의사는 가족 및 부부상담과 동시에 망상증에 준해 향정신성 약물을 처방한다. 증상이 개선되면 약 처방량을 점차 줄이고 상담 등 정신치료를 한다. 정신치료는 환자가 불신감과 열등감을 갖고 있음을 고려해 비판이나 설득, 비위를 맞추기보다는 단호한 태도로 그렇지 않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한편 아내의부증은 우울증, 알코올중독, 정신분열증 등 다른 정신과 질환에도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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